26,300보의 투혼, 역사와 풍경을 가슴에 담다
계룡산 26,300보의 투혼: 정도전부터 김갑순까지, 역사와 풍경을 걷다
안녕하세요, Berry Gentle입니다.
지난 3월 중순, 사량도에서 '극기 훈련' 못지않은 산행을 마친 후 딱 한 달 만입니다. 우리 산행팀이 다시 뭉쳤습니다. 이번 목적지는 우리 고장의 명산, **계룡산(鷄龍山)**입니다. 화창한 4월 18일 토요일, 70대의 열정으로 써 내려간 계룡산 종주기를 공유합니다.
1. 동학사 주차장에서의 재회, 그리고 '비밀의 코스'
오전 8시 30분, 공주에서 일행 4명이 출발했습니다. 9시 정각, 대전에서 온 정집사님과 동학사 주차장에서 반갑게 만났습니다. 오늘 우리가 택한 코스는 과거 입장료를 받던 시절 '무료 코스'로 통했던 반포농협동학지점(우체국 )건너편 길입니다.
산행 코스: 반포농협 동학지점(동학사 우체국) 건너편 → 큰배재 → 남매탑 → 삼불봉 → 관음봉(점심) → 은선폭포 → 동학사 → 주차장
화창한 봄날이라 가족과 연인들로 산은 활기가 넘쳤습니다. 처음에는 완만한 길을 걸으며 일상의 대화를 나누었지만, 경사가 가팔라지자 여기저기서 "아이고, 70대에 이건 무리다!"라는 곡소리(?)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지요.
| (남매탑 앞, "못 간다" vs "가겠다" — 계룡산 정상 정복의 갈림길)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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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(남매탑앞 산행기념! 여기서 포기할수없다) |
2. 계룡산에 얽힌 인문학 대담: 고통을 잊게 하는 역사 이야기
체력이 바닥날 즈음, 우리를 이끄는 정집사님을 향해 "오늘 사기 산행에 당했다"며 농담 섞인 항의를 던지기도 했습니다.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30~40대 젊은이들뿐, 70대는 우리 일행뿐인 듯 보였습니다.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. 큰배재에서 남매탑으로 향하며 우리 고장의 산, 계룡산에 얽힌 깊이 있는 역사 이야기를 나누며 고통을 잊었습니다.
① 태조 이성계와 정도전의 '신도안'
계룡산 남쪽 신도안은 원래 조선의 수도가 될 뻔한 곳입니다.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로 정하고 궁궐 공사까지 시작했으나, 정도전 등이 "지세가 좁고 물길이 부족하다"며 반대해 결국 한양으로 결정되었죠. 훗날 80년대 '620 사업'으로 무속 신앙 시설들이 철거되고 지금은 군사 요충지(계룡대)가 된 역사가 깊은 곳입니다.
② 공주 갑부 김갑순과 철도 이야기
"공주에 왜 기차가 안 들어오게 됐을까?"라는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. 당시 공주 유림과 갑부 김갑순이 "철도가 지관(地官)이 정한 명당의 맥을 끊고, 시끄러운 소음이 선비의 고장을 망친다"며 반대했다는 설이 유명하죠. 결국 철도는 대전을 지나게 되었고, 이 결정이 공주와 대전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습니다.
③ 춘마곡 추갑사(春麻谷 秋甲寺)
봄에는 마곡사, 가을에는 갑사라는 말이 있지요. 하지만 오늘 우리가 본 계룡산의 봄은 '춘갑사'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찬란했습니다.
3. 삼불봉의 환희와 관음봉의 사투
남매탑에 도착했을 때 "더는 못 간다"는 항의가 빗발쳤습니다. 출애굽기 당시 이스라엘 민족의 고통까지 예로 들며 서로를 다독였습니다. 결국 "언제 또 여기 오겠느냐"는 비장한 각오로 삼불봉에 올랐습니다.
가슴이 뻥 뚫리는 절경에 우리는 환호했습니다. 아내에게, 그리고 아끼는 후배에게 무사 산행의 카톡을 보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. 하지만 관음봉으로 향하는 '끝없는 계단' 앞에서 다시 한번 위기가 찾아왔습니다. "119 불러라!", "나 못 내려간다!"는 농담 섞인 아우성이 관음봉 정자에 울려 퍼졌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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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(계룡산 종주, 길을 묻다 — 갈림길의 안내자) |
4. 핫앤쿡으로 즐긴 꿀맛 같은 점심, 그리고 하산
오후 1시 30분, 연천봉 갈림길 인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. 취사가 불가능한 국립공원이기에 찬물로도 조리가 가능한 **'핫앤쿡 라면愛밥'**을 꺼냈습니다. 산 정상에서 먹는 뜨끈한 라면밥과 집에서 만든 빵, 토마토, 단백질 바는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달콤했습니다.
하산길은 은선폭포 방향의 험한 계단길이었습니다. 다리는 풀리고 몸무게는 늘어난 듯 무거웠지만, 올라오는 등산객들에게 "조금만 가면 됩니다!"라며 거짓말(?) 같은 격려를 건네는 여유도 부려보았습니다. 내려가는 길의 관절 건강과 발목 사고를 서로 걱정하며 마침내 오후 3시 40분, 대장정을 마쳤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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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(안전한 하산을 위한 주의 — 하산길 관절 무리와 발목 사고 경고) |
5. 산행을 마치며: 26,300보의 훈장
스마트폰 '걷쥬' 앱을 확인하니 무려 26,300보를 기록했습니다. 72세의 나이에 계룡산의 험준한 능선을 타고 일구어낸 값진 숫자입니다.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, 고장의 역사를 되새기며 지인들과 함께한 이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활력이 되었습니다.
가을에 단풍이 들면, 그때는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이 길을 걸을까요? 벌써 다음 산행이 기다려집니다.
오늘도 'Berry Gentle'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!



읽어보니 계룡산 산행이 즐거웠고 추억이 아름답게 승화되고 앞으로 더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시면 어떨는지요 정말 감사합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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